밥 먹자
밥 먹자
이 방에 대고 저 방에 대고
아내가 소리ㅣ니
바깥에 어스름이 내렸다
밥 먹자
어머니도 그랬다
밥 먹자, 모든 하루는 끝났지만
밥 먹자, 모든 하루가 시작되었다.
밥상에 올릴 배추 무 고추 정구지
남새밭에서 온종일
앉은걸음으로 풀 매고 들어와서
마당에 대고 뒤란에 대고
저녁밥 먹자
어머니가 소리치니
닭들이 횃대로 올라가고
감나무가 그늘을 끌어들였고
아침밥 먹자
어머니가 소리치니
볕이 처마 아래로 들어오고
연기가 굴뚝을 떠났다
숟가락질 하다가 이따금 곁눈질하면
아내가 되어 있는 어머니를
비로소 보게 되는 시간
아들딸이 밥 투정을 하고
내가 반찬 투정을 해도
아내는 말없이 매매 씹어 먹으니
애 늙은 남편이 어린 자식이 되고
어린 자식이 애 늙은 남편이 되도록
집 안으로 어스름이 스며들었다
- 하종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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