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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마디 힘!

아버지의 이력서

 

아버지의 이력서

 

아버지는 수십 년을 일하고 은퇴하셨다.

 

은퇴 후 5년을 쉬니

퇴직 후 이력은 공란이 됐다.

 

아들은 야근을 끝내고 돌아와

아버지의 이력서를 다듬는다.

아버지의 문장은 꾸밈없고 거칠다.

 

아버지의 이력서를 다듬으며 선배는

아버지의 어린 시절과 아버지의 업,

그리고 앞으로의 그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선배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이력서를 쓰는 날,

내가 맞닥뜨리고 있는 건 이런 복잡한 풍경이다

 

나의 부모 세대는 자식에게 많은 걸 쏟았다.

애들 기르느라 번 돈을 다 썼다.

30년 청춘 농사를 끝냈더니 노후까지

또 30년 농사가 남았다.

 

그 어려움을 보고 듣는다.

수십 년 해온 일과 상관없이

택배 배달을 시작하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아버지, 어머니들.

 

예전부터 나는 머뭇거림 없이

내가 좋아하는 일에 뛰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단순히 불안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면

스스로 확신을 만들면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 다가가보니

그건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복잡한 불안이었다.

 

확신만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건 없다.

 

- 조소담. '당신이라는 보통명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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